푸른눈의 한국인 이다까르쁘쉬
(사진 / 글 김학리)


레닌그라드,하얀눈,털모자,볼쇼이아이스발레,닥터지바고,빅토르최,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그리고
쓰러질때 까지 보드카 마시기....

러시아
러시아만큼 역동적이며 험난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많지 않다. 때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분열하고 때로는 양쪽을 잇는 국가를 건설하면서 다양한 민족이 거대한 인종의 항아리를 형성한 러시아는 독일과의 세계1차대전, 일본과의 2차대전을 겪으면서 약2000만명 이상이 희생 당하였고 국가 재산의 약 30%가 손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종전후 러시아는 동유럽과 중국의 공산화가 진행 되면서 미국,소련을 양극으로 하는 "냉전체제"로 접어들게 되었다.
냉전이후 경제난에 허덕이던 러시아는 1985년 고르바쵸프의 등장으로 극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다. 고르바초프는 열악한 경제조건을 개혁하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대외적으로는 글라스노스트(개방)이라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부분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던 러시아는 보다 더 급진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옐친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개혁의 발판을 딛게 된다. 옐친의 집권으로 급진적인 개혁의 변화를 맞이했던 러시아는 1991년 12월 11개 공화국이 독립국가 연합 결성을 합의 함으로써 소련은 완전히 해체 되고 1992년 1월1일, 러시아를 비롯한 공화국은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어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다까르쁘쉬(28)
그녀는 한국말을 무척 잘한다.
"하바로크가 고향이구요.아버지,어머니,누나,그리고 저 있어요. 아버지는 엔지니어이구요. 어머니는 의사.누나는 결혼했구요."
아버지,어머니... 30살인 나도 집에서 아빠, 엄마 라고 하는데...

처음 이다까르쁘쉬를 만나러 인사동 약속장소에 갔었다. 몇분쯤을 기다리는데 훤칠한 키에 금발머리를 가진 아가씨가 인사를 했다. 내색을 안하려 했는데도 입에서 이쁘다란 말이 나왔다. 러시아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미녀가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 부근의 여성들이 미녀들이 많은데 하얀 피부 금발의 머릿결 마치 인형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인들이 많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다까르쁘쉬는 친구의 결혼식후 피로연장에 가려고 지하철을 탓다. 문이 열리자 마자 역시나 우리나라경제의 원동력인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 타더니 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 하였다. 그러던중에 반대 편에 있는 이다까르쁘쉬를 봤다. 갑자기 하염없이 반가운 얼굴로 "어머어머 진짜 인형같네 어머 인형이야 아이구 이쁘다 이뻐" 하면서 지하철이 떠나갈듯 큰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이다까르쁘시는 쑥쓰러운듯 얼굴이 붉어 졌다. 아줌마 들이 이다까르쁘쉬양이 한국말을 못알아 듯는 줄 알고 크게 소리내며 말했던 것이다.
문이 열리자 아줌마 들이 나가면서 "바이~~~"하면서 손을 흔들자 이다까르쁘쉬는 "감사합니다" 하며 손을 흔들어 준다.

러시아 사범대학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한 이다까르쁘쉬는 언어 쪽에 재능이 있어 모국어 외 한국어,독일어,영어등 3개 국어를 유창히 구사한다. 러시아로 유학온 학생들과 친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여행을 해보자 하고 한국에 왔는데 우연히 한국 모델에이전시의 매니저에게 눈에 띄어 방송쪽과 인연이 닿았고 기획사와 친구들의 권유로 인해 방송 활동에 전념하게 되었다. 또한 연기 공부를 위해 단국대학교 문화예술 최고경영자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tv드라마 '백야3.98' 로 데뷔 하여 '명성황후','서프라이즈','타임머신','코미디하우스' 에 고정출연 중이며 화장품과, 관광홍보 cf는 물론 모델,리포터까지 만능 엔터테인먼트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젠가 번지점프 촬영을 할때가 있었어요. 50미터가 넘는 곳인데 왜 안무섭겠어요 무서웠죠. 그런데 그곳에서 사고가 날뻔 했어요. 고무줄이 원레 사람무게에 맞추어 져서 설치가 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안 맞추어져 있었던 거예요.
뛰어 내렸는데 물에 허리 까지 잠겼었어요. 보트에 타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가 귀를 만져 보니 피가 나는거예요. 튕겨 올라갈때 밧줄에 부딫혔는데 그때 떨어진것 같더라구요. 다이아 몬드 귀걸이 였는데 ....너무 아까웠어요..."
맑은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다까르쁘쉬의 얼굴엔 그림자를 찾아볼수가 없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의 초대
푸른눈과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이다까르쁘쉬는 유창한 한국말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같은 단국대학원에 경영자과정을 밟고 있는 유명한 연극배우 박정자씨가 자신의 공연인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의 연극에 이다까르쁘쉬를 초대했다. 공연전 박정자씨를 만나러 분장실로 들어 갔다. 박정자씨는 환한 얼굴로 이다까르쁘쉬를 맞이 했고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누었는데 박정자씨의 딸 역할로 나오는 길해연씨가 유창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는 이다까르쁘쉬를 보고 놀란 눈치였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이다까르쁘쉬는 연극을 보았다.
무대의 조명이 어두워 지고 두명의 배우가 서서히 무대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 하였다.  모녀의 관계를 통해 부모의 한없는 사랑과 그 사랑이 부담으로 다가 오는 딸의 갈등을 보여주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보았다’란 연극은 중반에 소설가인 딸이 부모를 홀로 남겨두고 새로운 자기의 처녀작을 출간하기 위해 집을 떠나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딸의 생일날 케익을 사놓고 쓸쓸히 딸의 생일을 축하 한다. 자신의 처녀작을 들고 기뻐하던 딸은 세월이 흘러 노쇠해진 어머니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다. 이다까르쁘시는 조용히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었다. 그리고 뺨위로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았다. 제 2의 고향이 되어버린 한국이지만 부모를 떠나 있기에 더욱 간절히 부모님의 사랑이 그리워진 것 같았다. 그런데 옆자리에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연배우도 같이 박정자씨의 연기를 보았는데 어느새 그 주연배우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리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연극배우가 연극배우를 울리는 배우는 대단하지 않냐며 박정자씨의 연기를 보고 이다까르쁘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러시아-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전통을 가진 나라
 한국사람들 대부분이 러시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언젠가 모 방송국에서 러시아의 젊은이 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적이 있었는데 양복을 입은 젊은이 들이 모여 보드카를 마시는데 한잔을 마시더니 안주로 초코파이를 입안에 툭 털어 넣는것이었다. 그러더니 안주로 초코파이를 먹는다고 방영한적이 있었다. 이다까르쁘쉬에게 정말 초코파이를 술안주로 먹느냐고 물었더니 “아니 말도 안돼요. 참 나... 그런 것이 문제라니까요 러시아에 대해서 바로 옆에 있는 나라지만 너무 몰라요. 러시아 사람들은 안주로 주로 셀러드,감자,피클 같은 것을 먹어요. 그건 말도 안되요. 술안주로 초코파이를 먹다니... 아마도 방송국에서 연출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한국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배울 것도 많고 재밌는것도 많아요” 한순간 tv에 속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그렇게 믿고 있었다. ‘술안주로 초코파이를 먹는구나...’하고
이다까르쁘쉬의 아버지는 엔지니어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테너로써 해외 공연을 다녔었고 7현 기타를 다룰 줄 아는 음악가이다.  의사인 어머니도 피아노를 전공하였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의 예술적인 끼를 물려 받은 이다까르쁘쉬도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러시아는 문학,음악,발레등 전반적인 예술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나라이지만 몇몇 사람들로 인해 러시아의 이미지가 안 좋아 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인 한국에서 다른나라의 문화성을 이해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4년을 지낸 동안 이다까르쁘쉬는 이미 한국사람이 되어 있었고 러시아에 대한 편견을 가지기 이전에 러시아란 나라에 대해 역사와 문화, 예술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도 이다까르쁘쉬의 작은 소망이다.

이다까르쁘쉬는 같이 다니는 동안 내내 이런말을 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좋은사람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 행복하다고 말이다.
보기엔 그 운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지는 것 같았다. 쾌활한 성격 시원하게 들리는 웃음소리, 힘들어도 지친기색없이 하얀미소를 띈 얼굴

지금 스피커에선 구 소련이 아픔을 대신했던, 현재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전설로 남아있는 락 가수인 빅토르최의 ‘혈액형’이란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다.

추운 거리는 우리들의 발자국을 기다리고
군화 위엔 흙 먼지들
젊음을 삼킨 두려운 싸움에 미쳐버리는 눈빛
잠에서 깨라 총에 맞기 전에

나의 팔에 새겨있는 나의 혈액형 나의 군번아
싸움에서 나의 영혼을 지켜다오
여기 싸늘한 이 땅에서 나의 피를 묻으리
행운을 빌어다오
나의 행운을 빌어다오

이젠 한국말로 꿈을 꾼다는 이다까르쁘쉬,
러시아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사람이 되어버린 금발과 파란눈을 가진
그녀는 언제나 행운을 가슴에 담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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