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의 봄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


강원도 오지마을 부연분교 아이들
(사진/글 김학리)

 

지도를 단단히 챙기고 강원도로 향한다.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진부톨게이트를 나와 주문진 방향 표지판을 따라 가면 진고개가 나온다. 이 진고개 정상에서 다시 10km를 가다보면 통나무로 지어진 ‘산에 언덕에’ 라는 카페가 나온다. 카페 바로 앞에 ‘부연동 가는 길’이라고 쓰여있는 조그마한 표지판을 따라 약 10킬로 정도 되는 정신 없이 구불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지나 산 하나를 넘어 가면 산 밑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조그마한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강원도 오지 마을인 이곳 부연동에는 부연 분교와 함께 20가구에 주민 70여 명이 살고 있다. 이곳도 오지산골마을 인지라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고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들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기 예보를 놓친 탓에 산에는 안개가 자욱히 드리워져 있었고 어느새 인가 산골 마을엔 촉촉한 가랑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다.
추운겨울을 이겨낸 강원도의 산들은 초록으로 옷을 입기 시작하고 곳곳엔 빠알간 복숭아꽃들이 이방인을 반기고 있었다.
부연동 마을 입구에는 황토로 지은 민박집이 처음 외지인을 바라보고 있다. 민박집에선 강아지가 반갑다며 짖고 조그만 계곡에선 배가 알록달록한 무당개구리 한 마리가 개골거리며 봄비를 즐긴다. 다리를 지나 맑은 계곡을 따라가다 보니 초록의 부연분교 간판이 보였다.
마땅히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여 과자라도 사가야겠다는 생각에 가게에 들렀다.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 몇 개와 옆 선반에 놓여 있는 과자 몇 봉지를 집어들고(종류가 몇 개 없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여기 얼마예요?”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파마머리에 분홍색 몸빼바지를 입은 아주머니가 나온다.
“아이구 이렇게나 많이 사세요? 누구 줄려고 이렇게 많이 사요?”   
“아, 네. 여기 학생들 줄려구요. 얼마죠?”
“아이구 이렇게나 많이.....어디보자....사천팔백원이요”
별로 많이 느껴지지는 안는데 많다고 하니 왠지 기분이 좋다.

그림같은 아니 동화속에 있는 듯한 조그마한 건물이 눈에 들어 온다. 학교 뒷 산자락에는 안개가 차분히 내려 앉아 있고 운동장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시소가 조용하게 반기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교실을 보니 한 아이가 생긋 웃으며 반긴다.

1970년대 나무로만 지어진 부연분교는 세월이 지나 허름해지기 시작하였고 헐은 곳을 보수만 하던 부연분교는 나무로 지어진 옛 모습은 그대로 지닌채 간간히 내부 시설만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무실을 들어서는 마루에선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책장이 쓰러 질 듯 흔들 거렸다.
부연분교를 지키고 있는 김동우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이곳에 온지는 3년 되었어요. 분교에서의 임기가 4년까지니까 올해가 마지막이네요. 제가 물을 좋아 하거든요. 여기 학교앞에 흐르는 계곡물이 좋아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다. 여름엔 아이들하고 물장구도 치구요.”
부연분교에 와서 담배를 끊게 되었다는 선생님의 얼굴에선 은은한 미소가 지워지질 않는다.

부연분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2학년인 동현이, 3학년인 두한이, 5학년인 주형이가 이곳 분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동현이와 두한이는 형제이고 아버님이 이곳 분교의 시설보수를 맡고 있었는데 바로 학교 옆 조그마한 관사가 이들 형제의 집이다. 주형이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자연을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 2000년에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부연동 마을 입구에 황토로 지어진 민박집이 주형이네 집이다.

아이들은 공부하다 말고 복도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동요를 배우기도 하고 수학을 하기도 하고 국어책을 읽기도 하고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돌아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수업은 대체로 자유로운 편입니다. 정해진 수업동안에는 아이들이 열중하는데 수업진행이 2.3.5학년을 같이 진행하다보니... 아이들이 3명뿐이지만 너무 바빠요. 옛날에는 한 학년의 아이를 가르치면 나머지 아이들은 자습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인터넷이 보급이 되어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 아이를 가르치면 나머지 아이들은 인터넷수업으로 진도가 나가기도 합니다.”

수업시간, 선생님은 3학년인 두한이와 5학년인 주형이를 가르치고 있었고 부연분교의 막내인 개구장이 동현이는 자습을 하고 있었다. 동현이는 공부 하다말고 나를 보며 마냥 생글생글 웃는다.
동현이는 카메라를 보며
“아저찌 그거 만져 바두 데요? 그거 얼마예요? 이건 어데 쓰는 거예요? 아저찌 인터넷 할 줄 알아요?”
“으응 이건 만지면 큰일나, 이거 댓따 비싼거야, 으응 이건 사진 찍을 때 쓰는 렌즈야, 그럼 인터넷 할 줄 알지”
호기심 어린 시골아이의 질문은 한꺼번에 던져졌다. 머릿속으로 한참을 고민한 뒤 대답하였다. 이미 세상의 반을 알아버린 난, 맑은 눈을 가진 아이의 질문이 버겁기만 하였다.
동현이의 형 두한이는 동생과 달리 차분하며 큰 눈을 가졌다. 선생님은 두한이를 한없이 착한 아이라 말한다.
“두한이는 너무 착해요. 아이가 거절이라는 것을 몰라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엄하게 하시는 건 아니거든요. 도대체 아이가 불평 불만이 없어요. 너무나 한없이 착한 아이예요”
쉬는 시간 큰 눈에 거무스름한 피부의 두한이가 옆에 와서 옆구리를 콕 찌른다. 그리고 도망간다. 얼굴 보며 웃으면 두한이는 큰 눈을 깜박이며 따라 웃는다.
말끔한 얼굴의 주형이는 역시 학교 맡형 답게 동생들은 잘 챙겨 준다. 사전을 같이 찾아주기도 하고 동생들이 장난치면 잘 받아 준다. 요즘 게임에 빠져있는 주형이가 물었다.
“아저씨 스타크래프트 할 줄 알아요?”
“스타크래프트? 나 조금밖에 못하는데”
“수업 끝나고 저랑 스타 한 게임 해요. 알았죠?”
“그럼. 수업 끝나고 한 게임 하는 거야”

창밖에선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이곳 부연동 마을엔 평소에 찾는 외지인들이 그리 많지가 않다. 우편 배달부, 전기 고치는 사람, 집수리도 큰 공사가 아닌 이상 마을사람들이 해결한다. 이곳 부연마을엔 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지금은 개인 차량으로 이동 하지만 그것도 없던 엣날에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도보였다. 물품이 필요하면 지게를 지고 10km가 넘는 산길을 따라 석유며 쌀이며 각종 생필품들을 지고 다녔다. 아침에 나가면 산길을 걷고 걸어서 밤에서야 돌아와야 했다. 아직까지도 4륜구동의 차가 아니면 부연동에 가기가 벅찰정도로 길이 험하다. 예전에는 500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았는데 지금은 70명 정도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옛날엔 장가가기가 힘들어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타지로 떠나곤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도심에 있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생활을 한다. 시끄러운 도심속의 공해를 피해 아직까지 오염되지 않고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이곳 부연동을 찾아와 마음의 휴식을 찾으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휴양지로도 조금이나마 알려져 있어 여름이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수업이 끝나고 어느새 마을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주형이 하고 약속했던 게임을 못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건물안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제 가야할 시간인데 비가 그치질 않는다. 선생님께서는 산길이 비포장 도로라 비가 와서 미끄러져 위험해 질 수도 있다며 선생님 차량에 설치된 비상용와이어가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그냥 혼자 가보겠다고 했다. 조그마한 승용차를 몰고 빗물에 젖은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창문을 열고 얼굴에 빗물을 젹셨다. 한참을  구불거리는 안개 자욱한 고개를 다 오를 즈음 차에서 내려 담배를 한 대 물었다. 아마도 내가 아이였을 적에 읽었을 지도 모르는 동화한편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차도 다니지 않는 어느 깊은 산골짜기 초록마을에 작고 아름다운 학교가 있었다. 그곳에는 복숭아 나무도 있고 개울도 있고 초가집도 있었다. 그곳에는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 세명이 있었다. 햄버거가 맛이 이상하다며 먹지 못하는 그 아이들은 깊은 산골짜기 조그마한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냇가에서 고기 잡는 공부를 하고, 모닥불을 피워 밤을 구워 먹는 공부를 하는 햇볕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얼굴에 천사같은 맑은 눈의 아이들 세명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 그런 동화가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촉촉한 비가 내리는 부연분교엔 초록빛으로 물든 봄이 잠시 쉬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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